제주에는 화산 분화구만큼이나 많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이야기는 그중에서 제주 해녀에 관한 구슬할망 전설 이야기이다. 어떤 내용인지 구슬할망에 대해 알아보자.
구슬할망 이야기
옛날 제주 지역의 신촌마을 큰물머리에는 김씨 사공이 살았다. 그는 제주 특산물을 한양으로 진상하는 일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양을 다녀 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루는 김씨 사공이 한양에서 일을 마치고 서대문 밖으로 나오던 중 서글픈 여자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허정승의 딸이었다. 아기씨는 부모의 심기를 거스르고 집에서 쫓겨나 오갈 데가 없어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아기씨는 김씨 사공을 보자 함께 가겠다고 애원하였다. 김씨 사공은 차마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아기씨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당시 제주에서는 섬으로 사람이 들고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데려갈 방도가 없었다. 고민하던 김씨 사공은 아기씨를 도포 자락에 숨겨서 배에 태우고 제주에 데리고 와 다락에서 아무도 모르게 길렀다.

힘들지만 꿋꿋하게 다락에서 생활하던 아기씨가 열여덟 살이 되자 “사공님 번번이 신세만 질 수도 없고, 저도 이제는 일해야겠어요.” 라고 말하며 스스로 물질을 배웠다.
아기씨의 물질 솜씨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 무리에서 가장 뛰어난 상군 잠수까지 오르게 되었다. 아기씨는 주로 전복을 많이 잡았는데, 잡는 전복마다 씨알이 굵은 진주들로 가득하여 김씨 사공은 금세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정 또한 깊어졌던 두 사람은 아기씨의 청혼으로 부부가 되었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며 딸만 아홉을 두었다.
어느 날, 아기씨는 자신이 잡은 진주를 임금께 진상하자고 했고, 김씨 사공이 진상을 올리게 되었다.
진상품을 본 임금님은 크게 기뻐하며 김씨 사공에게는 동지(同知)라는 벼슬을 아기씨에게는 오색 구슬을 내려주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이들 부부를 ‘김동지 영감’과 ‘구슬할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죽음을 앞둔 구슬할망은 딸들을 불러 놓고, “내가 너희들을 지켜줄 터이니 제사와 명절 때가 되면 나에게 제물을 바치고, 풍악을 울려 정성을 다하라.” 고 하였다.
이렇게 스스로 집안의 조상신이 된 구슬할망은 아홉 딸과 그들의 후손들에게 복을 내려주었고, 이때부터 나주 김씨 집안은 딸에서 딸로 이어지며 구슬할망을 집안의 수호신으로 모시게 되었다.
구슬할망 이야기의 뜻
이 이야기에서 구슬할망은 육지에서 제주 지역으로 들어온 여성이며, 물질로 집안의 부와 자손을 번창시킨 존재였다.
제주토박이들은 조상신을 말할 때 ’나한테 태운 조상‘이라고도 하는데, 구슬할망은 ’잠수하는 팔자를 태운 여성‘으로 다산과 생산을 상징하는 제주 지역의 대표적인 조상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대다수의 조상신본풀이는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과 그 이후 억울하게 죽은 원혼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려고 모셔지는 것에 반해, 구슬할망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자손들이 정성껏 모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제주 여성들, 특히 물질을 하며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해녀들의 꿈이 깃들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