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왕실 참사 미스터리

가만히 있으면 왕위를 이어받을 네팔의 왕자. 그런데 이 왕자가 자기 아버지인 왕과 어머니인 왕비는 물론 연회에 참석한 왕족을 모두 총으로 죽이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네팔 국민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이후 네팔의 왕정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왕자는 기다리기만 하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는데 왜 그런 짓을 벌였을까요? 네팔 왕실 참사 미스터리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네팔 왕실 참사 사건 당일의 미스터리

네팔의 왕족은 1달에 한번 정도 연회를 열고는 했습니다. 친목 도모와 왕실 홍보를 위해서였습니다. 2001년 6월 1일, 그날도 나라얀히티 왕궁에서 연회가 열렸습니다. 연회엔 왕과 왕비 그리고 공주와 왕자들, 왕의 형제가 참석한 연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왕위 계승자인 디펜드라 왕자가 손님들에게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을 본 아버지 비넨드라 왕은 아들의 행동에 언짢아했습니다. 그리고 술에 취한 디펜드라 왕자는 사촌과 동생의 손에 이끌려 당시 왕궁에 있던 자기 여자 친구의 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연회에 참석한 왕족들은 이렇게 조용히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전투복 차림으로 연회장으로 돌아온 디펜드라 왕자의 손에는 M16 소총과 또 다른 무기까지 들려있었습니다. 왕자는 문을 걸어 잠그고는 국왕인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총을 발사하고 이어서 자신의 형제와 누이들 그리고 이모와 삼촌 등을 총으로 죽였습니다. 그 외 다수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어서 정원으로 나가 자기 어머니와 동생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도 총을 발사했습니다. 총 왕족 9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당한 엄청난 재난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이 부족해서 왕위를 이러 받게 될 왕자가 이러한 짓을 벌였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참극이 일어나는 동안 경호원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경호원 미스터리

경호원들은 사건 당시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왕족들이 모인 연회면 당연히 경호가 삼엄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왕자가 자동소총을 난사할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무기를 들고 술에 취해 연회장에 들어가는 걸 왜 말리지 않았을까요?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평소 디펜드라 왕자는 무기 수집에 열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도 왕자가 술에 취한 채 총을 들고 연회장에 들어가는 걸 위층에 있던 경호원이 보았지만, 평소 무기 수집에 열성인 왕자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왕자는 연회장에 들어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총을 난사했습니다. 이에 놀란 경호원들이 창을 깨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뒤였습니다.

음모론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왕의 동생 중에 한 명인 가넨드라는 출장을 가서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도 부상을 당했지만 살아남았습니다.

이로 인해 왕의 동생이 꾸민 일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왕의 동생은 형과 평소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고 그의 부인 역시 심각한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았기에 동생이 꾸민 일이라는 것은 음모론에 지나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왕자는 그런 짓을 벌인 걸까요?

밝혀진 네팔 왕실 참사의 원인

사건 직후 조사위원회가 빠르게 꾸려지고 사건의 원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디펜드라 왕자의 홧김에 일어난 참사로 결론을 맺었습니다. 왕자는 왜 그랬을까요?

밝혀진 바로는 왕가가 디펜드라 왕자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반대했을까요? 거기엔 몇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왕자에겐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여성은 네팔 총리 집안 출신으로 총리 집안은 국왕 집안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나라의 실권을 총리 집안에서 쥐고 왕권을 약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왕자의 여자 친구의 어머니는 인도 출신인데 비록 그녀도 왕족 출신이긴 하지만 인도의 조그만 도시의 왕족이라 네팔 왕비의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하나 믿거나 말거나 추측인데 독실한 힌두교 신자였던 네팔의 왕비, 그러니까 디펜드라 왕자의 어머니는 어느 점성술사의 말을 믿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점성술사는 왕자가 35세 이전에 결혼하면 국왕이 비명횡사한다고 점괘를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를 믿은 왕비가 여러 이유에 더해 더욱 왕자의 결혼을 반대하여 점점 갈등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왕자의 여자친구를 못마땅히 여기던 왕비는 다른 여자와 왕자를 결혼시키려 했습니다. 왕자도 고민 끝에 그 여자와 결혼을 하되 자기 여자 친구를 첩으로 삼겠다고 해서 부모와 합의를 보았지만, 여자 친구가 반대하여 그 방법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왕자는 분노가 쌓여 갔던 것입니다.

또 하나 추측이 있습니다. 당시 네팔은 민주화 시위로 인해 왕이 절대 권력을 내려놓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 세력과 보수 세력 간의 다툼이 있었습니다.

왕자는 영국 이튼 칼리지와 미국의 하버드에서 공부한 영향으로 민주정치를 옹호했지만, 왕실의 실력자인 왕비는 보수세력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도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네팔 왕실 참사 그 이후

비록 이후에도 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의심하는 여러 증언과 의심들이 있었지만 더 이상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 알아낼 방법도 없었습니다.

디펜드라 왕자는 즉사한 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는데 자신도 총으로 머리를 쏘고 혼수상태인 상황에서 왕이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살아 있으니 법적으로 왕위를 계승한 것이죠.

그러나 왕자도 4일 만에 사망하게 되고 왕권은 왕의 동생인 가넨드라에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새로운 왕은 이전의 전제정치를 부활하려는지 폭정을 일삼았습니다. 그로 인해 공산 반군과 야당이 연합하여 대항하게 되고 국제적으로도 압력을 받다 결국 왕좌에서 내려오게 되면서 입헌군주제도 끝이 나게 됩니다.

욕심이 과했습니다. 죽은 형이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터라 가넨드라도 정치를 민주적으로 풀어 나갔다면 충분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테니까요.

한편 참극을 부른 디펜드라 왕자의 여자 친구인 데브야니 라나는 사건 후 영국으로 건너갔다 6년 후 어느 인도의 유력 정치인의 손자와 결혼했다고 합니다.